빛의 음악
- 저자
린즐리 캐머런 저 | 정주연 역
- 출판사
이제이북스
2003.10.24
| ISBN 9788956440910 | 판형 A5, 148*210mm | 페이지수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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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 “이 아이는 정말로 우리 가족의 빛이 되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첫아이의 출생은 《개인적 체험》을 집필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나의 소설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만약 내가 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의 아들도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지금처럼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당황과 혼란 속에서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를 함께 준비하며 직관적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빛)라고 지었다. 나의 직관은 옳았다. 그 아이의 존재는 내 의식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둡고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밝혀 주었으니 말이다. -오에 겐자부로
- 목차
- 서문_07
두 개의 뇌를 가진 아이_23 수컷 세라티우스_52 작곡가로서의 첫걸음_80 어른 되기_103 조용한 생활_123 뜻밖의 성공_140 아버지를 넘어서_156 영혼의 목소리_175 천재백치_205 세상에서 하나뿐인 바보_223 창조력의 근원_239 전향_266 작가의 말_300 참고 문헌과 음반 목록_304
- 출판사 리뷰
- 노벨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빛’이 되어 준, 정신지체 작곡가 ‘히카리’
오에 히카리는 두 개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나는 죽은 뇌였고 하나는 살아 있는 뇌였다. 정확히 말해 이 병은 뇌류(腦瘤), 곧 뇌 탈장으로 뇌조직을 포함하고 있는 뇌척수막낭이 두개골에서 비집고 나와 마치 두 개의 뇌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병이다. 1963년에 이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수술을 통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식물인간’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오에 부부는 어떻게든 히카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어렵사리 수술을 결정했고, 다행히 히카리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는 장애를 짊어지고 있었다. 지능지수는 65에 머물렀고 언어장애와 행동장애, 자폐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종종 심한 간질 발작도 일으켰다. 그러나 히카리는 기적처럼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음악들 중에서도 유난히 18-19세기 서양 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한 소절만 듣고서도 작곡가의 이름을 맞추게 될 정도로 클래식에 몰두했다. 그런 히카리를 위해 피아노와 기보법을 가르쳐 주자, 그는 소설을 쓰는 아버지 옆에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두 장의 앨범을 낸 작곡가이며, 이 앨범들은 모두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음반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히카리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음악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일본의 피아니스트 에비 아키코 역시 히카리의 음악이, 그의 정신지체 이력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매우 수준 높다고 평가한다. 물론 오에 겐자부로의 명성이 아니었다면 작곡가로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언어장애를 겪던 한 정신지체 장애인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히카리와 하나의 영혼을 공유한 아버지, 오에 겐자부로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에 겐자부로는 20대에 이미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가운데 하나였다. 시코쿠라는 시골에서 태어나 동경대를 졸업한 그는 유명한 영화인 집안의 딸 유카리와 결혼했다. 유카리의 아버지는 초기 일본 영화를 발전시키는 데 주축이 되었던 인물이며, 유카리의 오빠이자 겐자부로의 친구인 이타미 쥬조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말하자면 둘의 결혼은 일본 최고 선남선녀의 결합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흔치 않은 장애를 가진 첫아이의 출생은 그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 놓았다. 당시 일본에서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패전이 남겨 준 가난과 상실감에 허덕이고 있던 전후 일본 사회는 국가의 자원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가장 우선된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런 사회에서 장애아를 위한 투자는 ‘낭비’로 여겨질 뿐이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장애인을 격리시켜 왔으며, 원폭 피폭자들의 끔찍한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더욱 부채질했다. 당시 피폭자들은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강에서만 목욕을 할 수 있을 정도였던 탓에, 히카리를 데리고 다니던 겐자부로와 유카리는 장애아를 숨기지 않고 밖에 데리고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손가락질 받아야 했다. 거기에 겐자부로의 유명세가 더해져, 오에 가족은 히카리를 포기하라는 협박 전화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으며, 심지어 히카리가 유괴를 당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었던 오에 겐자부로는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끊임없이 협박 당해온 것은 물론, 히카리를 돌보느라 진보 진영의 운동에 더 큰 힘을 쏟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때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비난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에게 ‘빛’이 되어 준 히카리와의 경험을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아들의 ‘입’이 되어주었으며, 장애아를 키우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개인적 체험》을 완성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하나의 영혼을 공유한 두 예술가의 아름다운 성장기
사실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 세계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다.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아들을 위해 글을 썼다.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이 빛을 발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세상의 편견과 싸우게 되었으며,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게 되었고,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간 내면의 문제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겐자부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히카리의 음악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장애인로서의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자 겐자부로는 기약 없는 창작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세계적 음악가이자 오랜 지기였던 토루 타케미츠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고서야 다시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는데, 그는 ‘이제 아들과 관계없는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며칠만 집을 비워도 몹시 예민해지고 때로 난폭해지기까지 하는 히카리에게 겐자부로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히카리는 아버지가 글을 쓸 때 그 옆에 앉아 작곡을 한다. 그리고 곡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단조로 만드는 게 좋을지 장조로 만드는 게 좋을지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곡은 초기 모차르트나 바로크, 혹은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곡을 섞어 놓은 것 같다. 그의 곡에 대한 평가는 찬사와 비난이 항상 엇갈린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생활 기술조차 터득할 수 없는 그가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놀라운 일이다. 히카리와 같은 유형, 그러니까 재능과 장애를 함께 가진 ‘비범한 천재백치(idiot savant)’는 매우 드물다. 특히 대부분의 ‘천재백치’들이 암기력이나 계산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데 반해, 히카리는 창의력을 발휘해 작곡을 하고 있으므로 아주 특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며, 연주회 뒤에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팬들에게 사인을 해 줄 때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슬픔, 기쁨, 아름다움, 괴로움 따위의 감정들을 느낄 때는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로스트로포비치나 노다 켄, 에비 아키코와 같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이유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경험한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인간 내면의 목소리가 어떤 것인지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사랑과 치유’ 관한 아름다운 에세이
히카리가 성장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오에 부부뿐만 아니라 히카리의 동생들, 외할머니와 할머니(그녀는 히카리가 뇌 제거 수술을 받을 때 직접 손자의 머리를 깎았다. 이발사가 히카리의 머리카락 밑에서 뭔가 물컹한 것이 만져지자 기겁을 하고 도망갔던 것이다)는 히카리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히카리 때문에 고통 받았으며, 많은 어려움도 겪었다. 오에 가족은 거의 해마다 새로운 근심거리와 난관에 부딪쳤다. 그러나 히카리가 작곡을 함으로써, 다시 말해 스스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면서 가족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치유하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히카리를 자신들이 돌보았을 뿐만 아니라, 히카리도 자신들을 돌보아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이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내 영혼의 해석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히카리는 그 이름처럼, 정말로 그들의 삶을 비춰 주는 ‘빛’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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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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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린즐리 캐머런 린즐리 캐머런Lindsley Cameron 《뉴요커》, 《뉴욕 타임스》 등에 동아시아의 예술과 문화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는 언론인이다. 8년 동안 일본에서 생활했고, 대표작으로는 단편집 《The Prospect of Detachment》가 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입양아로 자라난 지은이는 겐자부로와 히카리의 남다른 관계에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지은이의 양부모는 지은이 외에 한 명의 아이를 더 입양했는데, 그 아이가 뇌성마비에 걸리자 그들은 “하자가 있는 물건을 반품하듯” 간단하게 다시 입양 기관에 돌려보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지은이에게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의 멸시와 비난, 심지어 협박과 테러에도 굴하지 않고 그를 작곡가로 키운 겐자부로의 이야기는 매우 각별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지은이는 오에 겐자부로를 직접 만나기 전부터 그의 열렬한 독자가 되어 그의 모든 작품을 읽었으며, 이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인 겐자부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돈독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오에 가족에 대한 정보는 많은 부분 지은이가 그들과 직접 나눈 서신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역자 정주연 정주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밑바닥 사람들》, 《버닝 데이라이트》, 《메타피지컬 클럽》, 《산꼭대기의 과학자들》, 《책과 집》, 《나체의 역사》, 《광기의 리더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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